작은 주황색 새싹에서 여러 방향의 파란 노드로 가지가 뻗는 모습을 담은 미니멀한 3D 브라우저 오브젝트
커리어

웹사이트를 왜 만들었을까?

AI를 잘 쓴다고 말하는 대신, 직접 만들고 기록하며 보여주기 위해 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AI 시대에 접어들며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SaaS를 직접 만들어 쓰고, 영화와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실사와 AI 생성 영상을 함께 사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는 약 3분 분량의 액션 시퀀스를 AI로 제작해 화제가 됐다.

체감상 스마트폰 시대가 처음 열렸을 때와 비슷하다. 새로운 도구 하나가 생긴 것이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코딩이라는 허들이 낮아지면서 각자가 일하며 쌓아온 암묵지를 앱이나 웹 서비스로 구현하고 있다. 이전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발이라는 벽에 막혔는데, 이제는 만들고 타인이 직접 사용하게 할 수도 있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직무와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할까?’, ‘AI 시대에 경쟁력이 있는 PM은 누구일까?’ 같은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계속 회사에서 일해야 하고,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인지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여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 웹사이트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도의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볼까도 생각했다. 서비스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것만으로도 분명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어떤 문제를 선택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으며, 실제로 동작하는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서비스만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떤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지까지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보다 여러 실험과 기록을 계속 쌓아갈 수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단순히 경력을 정리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내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프로덕트를 어떤 기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공간이 필요했다.

첫 번째로 만든 것은 RAG를 탑재한 가상의 ‘나’다. 쉽게 말하면 내가 제공한 자료를 먼저 찾고, 그 내용을 근거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도록 만든 챗봇이다. 내 프로필과 경험뿐만 아니라 발행한 아티클도 색인해 답변에 활용하도록 했다. 최근 화제가 된 OpenClaw의 에이전트 루프나 Hermes Agent처럼, AI가 기억과 도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흐름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홈페이지 안에도 나를 대신해 움직이는 존재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시작점이었다. 물론 아직 진짜 나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고, 모든 답변이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방문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읽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탐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아티클이 쌓일수록 이 가상의 나도 조금씩 더 나를 닮아갈 것이다.

다만 질문은 적당히 했으면 한다. 답변이 생성될 때마다 실제로 내 돈이 나간다...

두 번째 고민은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는 성과와 해결 방법만 생각할 수 없다. 이 기능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지, 유지보수에는 얼마나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보기에는 좋지만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모션이나 인터랙션 작업은 지양했다.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AI와 코딩 도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모션을 만들어보고 수정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비용 때문에 포기했던 표현도 이제는 직접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홈페이지에서는 모션과 인터랙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를 표현해보고 있다.

단순히 화면을 화려하게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사용자 경험과 운영 리소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기존의 한계를 어떻게 넘으려 하는지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아티클은 이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배우고 고민한 것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나는 디자이너로 시작해 지금은 PM으로 일하고 있다. 여러 직군과 협업하며 웹과 앱이 동작하는 방식에 익숙해졌고, 개발 공부도 별도로 해왔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한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운영해본 적은 없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달랐다. 직접 만들기 시작하니 기능 하나를 추가할 때도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계속 만나게 됐다.

앞으로 아티클에는 완성된 결과만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기능을 왜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처음 선택한 방법을 왜 바꾸게 됐는지도 함께 기록할 생각이다.

이 웹사이트를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I와 함께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장이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쌓아가는 공간에 가깝다.

“AI를 잘 쓴다”고 말하는 대신 실제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앞으로 이곳에 내가 만든 것뿐만 아니라, 만들면서 어디에서 막혔고 무엇을 바꿨는지도 계속 남겨보려 한다. 그 기록이 쌓이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조금은 더 정확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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